취준생이 하루를 살아간다는것 (취준생 101일차)

2018. 8. 16. 18:21주절주절

- 2018. 08. 16 

- 날씨 : 매우 더움 (해가타오를듯쨍쨍)



띠링 띠링~♬

징그럽게 울려대는 알람소리에 눈을 떴다.

원래 계획은 7시쯤 일어나 자소서를 쓰고 어제 봐둔 회사에 지원을 할 예정이였지만

오늘도 역시나 늦잠을 자버렸다.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피곤한건지 모르겠다.

일어나긴 귀찮지만 더이상 버티다간 방광이 터질것 같아 무거운 몸을 일으켜 화장실을 갔다.

볼일을 보고 나오니 적막이 오늘따라 나를 더 감싸는 느낌이다.


현재 시각 오전 10시 11분

엄마와 아빠는 출근을 하신지 오래고 동생도 수업을 들으러 학교에 갔다.

그렇다. 유일한 백수인 나는 오늘도 혼자이다.


아무도 없어 외롭지만 아무도 없다보니 나에게 잔소리할 사람이 없다는건 좋다.

조금 더 빈둥대다가 3시쯤 자소서를 쓰고 저녁엔 자격증 공부를 해야겠다.


백수에겐 최고의 친구인 핸드폰으로 드라마 정주행을 시작했다.

전에는 딱히 흥미가 없었던 드라마도 요즘들어 왜 이렇게 재밌는지..


즐겁게 정주행을 하던 중 자꾸만 울려대는 배꼽시계를 달랠겸

라면을 하나 끓여 먹었다.

이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벌써 12시가 넘었다.


카톡♬ 카톡♬

단톡방에 울리는 카톡소리.

먼저 취직한 친구들이 점심시간이 되어 드디어 연락을 하기 시작했다.

오늘 지각해서 상사에게 된통 깨졌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맨날 똑같은 점심이 지겹다는 이야기까지

취준생인 나는 끼기 애매한 대화들..

끼고 싶은 마음에 나도 방금 밥먹고 쉬는 중이라고 카톡을 하니

하나같이 날씨도 더운데 집에서 쉬는게 너무 부럽다는 말을 한다.


한때 이런 말이 좋았던적이 있었다. 취준생 된지 얼마 안됬을때 말이다.

하지만 취준생 생활이 하루하루 늘어갈수록 이런 소리를 들으면

나도 빨리 취직해서 회사밥 먹고 싶다는 생각이 엄청 간절해진다.


씁쓸하고 답답한 기분에 자소서를 쓰기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장점이 있고 내가 회사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풀어내는 과정.

글 재주라도 있으면 좋으려만.. 나에겐 없는 재주이기에

자소서 하나를 쓸때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썩 마음에 안들지만 내 선에선 최선을 다해 작성한 자소서를 들고

지원할 회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몇몇 들어가고 싶은 회사들을 정리해보니 [3년 이상 경력자, 경력자 우대] 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거의 절반 이상이 경력자 우대다 보니 나같은 신입이 지원해봤자 무소용일것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다 경력자만 뽑으면 도대체 나같은 신입은 어딜가라는 걸까..?


신입을 뽑는다는 회사중 나름 괜찮다 싶은 회사에 몇군대 지원을 한 후

시간을 보니 벌써 오후 6시 15분

곧 엄마, 아빠, 동생이 와서 저녁을 먹겠지만

나는 그 전에 미리 저녁을 먹어야겠다.

괜히 같이 밥을 먹었다간 자연스럽게 나오는 취업이야기를 듣는것도 죄송스럽고

왠지 나를 불쌍하고 한심하게 보는 부모님들의 눈빛을 보면 눈물이 나올것 같기 때문이다.


대충 저녁을 챙겨먹은 후 토익책을 폈다.

영어라는건 참 신기한것 같다,

분명히 어제 외운 단어와 문장인데 오늘보면 또 새롭다.

그렇다고 안할수도 없다. 토익은 기본이 되는 시대이기에


.

.

삐삐삐삐 삐삐삑!

어느순간 나도 모르게 잠에 들었나보다.

문 열리는 소리에 놀라 잠에서 깼다.

이 시간이라면 동생 아니면 엄마이다,

거의 18시간 만에 사람을 보는거라 반가워 당장이라도 뛰어나가고 싶지만

엄마일 경우 괜히 보기 미안한 마음에 쉽게 자리에서 일어날 수 없다.


쿵쿵쿵

발소리를 들어보니 엄마다.

자는척을 해야겠다.


덜컹

에휴..

엄마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말은 안하시지만 그 마음이 느껴져 눈가가 뜨거워진다.

안되겠다. 오늘은 그냥 쭉 자는척해야겠다.


이렇게 살아가는 현실이 서럽다. 빨리 취직을 하고 싶다.

내일은 꼭 7시에 일어나 자소서를 더 완벽하게 작성해서 어떤 회사든 지원해야겠다.